1702년(숙종 28) 10월 11일에 교래 지경에서 진상을 위한 산짐승과 날짐승을 사냥하는 그림이다. 제주 지역의 산짐승으로는 주로 노루, 사슴, 돼지, 지달, 오소리 등과 날짐승으로는 꿩, 까마귀, 솔개, 참새 등이 서식했으나 황새, 까치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슴과 노루를 쫓는 모습이 생동감 있고, 왼쪽에 그려진 고초기(高招旗)들이 화려하다. 고조기(高照旗)라고도 하는 고초기는 군대를 지휘하고 호령할 때 쓴 군기로 행로를 가르거나 합치는 신호로 쓰였다고 한다. 이날 사냥에 참여한 관원은 삼읍 수령과 감목관이며 사냥에 동원된 인원은 말을 타고 사냥하는 마군(馬軍) 200명, 걸어서 짐승을 일정한 장소로 모는 보졸(步卒) 400여 명, 포수(砲手) 120명이며, 사냥을 통해 사슴 177마리, 돼지 11마리, 노루 101마리, 꿩 22마리를 잡았다. 그림에 기재된 지명은 지금의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오름들을 일컫는 것으로 사냥장소의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흑악(黑岳)은 ‘검은오름’의 한자 차용 표기로 표고 496미터의 오름이다. 여운영아리(如雲永我里)는 ‘염은영아리’의 한자 차용 표기로 표고 517미터의 ‘영아리’오름이다. 구두리(九斗里)는 ‘구두리(오름)’의 한자 차용 표기로 표고 518미터의 오름이다. 판매동산(板埋同山)은 ‘널묻은동산’의 한자 차용 표기로, 가시리에 있는 동산이름이다. 다라비악(多羅非岳)은 ‘따라비오름’의 한자 차용 표기로, 표고 342미터의 오름이다. 소록산(小鹿山)은 ‘족은사스미’의 한자 차용 표기로, 표고 466미터의 오름인 ‘소록산’이다. 대록산(大鹿山)은 ‘큰사스미’의 한자 차용 표기로, 표고 475미터의 오름인 ‘대록산’이다.
1702년(숙종 28) 10월 11일에 교래 지경에서 진상을 위한 산짐승과 날짐승을 사냥하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