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잎맥을 지닌 도톰한 잎들이 모여 활짝 펼쳐진 모양이 마치 손바닥을 펼친 것 같군요.

멀꿀 잎이 새삼 싱그러워 보입니다.

지난 5월에는 줄기의 잎겨드랑이마다 고운 꽃들이 매달려있었지요.

꽃은 암수딴그루로 4-5월에 유백색으로 피어나고 열매는 9-10월에 적자색으로 익습니다.

멀꿀은 줄기가 15m정도 뻗으며 자라는 상록활엽덩굴식물입니다.

그런데 서로 겹쳐진 녹색 잎 사이에서 노란빛이 얼핏 스치는군요.

무엇인가 하였더니 으름밤나방 애벌레가 웅크리고 있는 것입니다.

으름밤나방 애벌레는 노란색을 띠기도 하고 자주색을 띠기도 합니다.

2,3 마디 윗면에 눈알 모양 무늬가 도드라지고, 5배마디 윗면에는 삼각형 그물무늬가 있지요.

다른 잎에는 열심히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가 있습니다.

애벌레는 잎 가장자리에서 안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머리를 움직이며 갉아먹고 있더군요.

다른 잎에서는 보라색을 띠는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잎을 살짝 건드렸더니 순식간에 머리를 배다리 쪽으로 붙이고 배꼬리 부분을 쳐듭니다.

옆에서 보면 왜 저러나 궁금해지지요.

그런데 위치를 달리하여 바라보았더니 예상치 못했던 형상이 나타납니다.

눈알 모양 두 개가 마치 치켜뜬 눈처럼 도드라지고 치켜든 배꼬리 부분까지 합쳐지니 다소 위협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애벌레가 몸을 접는 이유가 있었네요.

으름밤나방 애벌레는 7-8월에 관찰됩니다.

보통 으름덩굴 잎에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멀꿀 잎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네요.

그도 그럴 것이 멀꿀 또한 으름덩굴과(Lardizabalaceae) 식물입니다.

덩굴 안쪽 줄기에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가 매달려 있더군요.

그 안에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습하고 더운 여름, 길게 뻗은 줄기를 다시 뱅그르르 휘어 감으며 자라는 줄기에서 자라난 잎들에게서 진녹색 광택이 흐릅니다.

그리고 그 잎들 어딘 가에는 곤충들이 매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