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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어둠속에서의 하산기. (고개숙인 구조요청) 게시물 상세보기
제목 칠흑같은 어둠속에서의 하산기. (고개숙인 구조요청)
작성일 2013-08-02 05:08:11 조회 4,956 회
작성자 메타세콰이어

 

저는 50대후반의 남성입니다.

이번에 한라산 정상을 등정하지 못하면 내인생에 우리나라(Republic of Korea)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을 못올라보고  인생을 흘려보낼수도 있겠구나 하는 조바심에서 거추장스런 일행없이 홀로 한라산 등산계획을 세웠습니다.


 

산행을 거의  안해본 저로서는 뭘, 잘모르고 준비과정에서 이것도 필요할듯 싶고, 저것도 필요할듯 싶고 해서 배낭에 자꾸만 이것 저것 채웠습니다. 그러다보니 배낭이 무거워 지고 그게 이번 한라산 등정에 엄청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이 배낭만 없었으면 싶은 생각이 제주 2박3일동안  늘 따라다녔습니다.


여하튼 그 무거운(제 기준으로는) 배낭을 짊어지고 일찌감치 관음사탐방코스로 향했습니다. 남들 보다 한참 이른 시간에(06:00시쯤) 출발한 까닭은 제가 평소의 지병인 고혈압이 있어 약을 복용하는 중이고, 또한 산행을 거의 안해봤고, 전날 알콜도 좀 섭취했고 해서 체력이나 기타등등을 안배해서 쉬엄쉬엄 정상에 오르려는 생각으로 일찍 출발했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길 정말 힘들더군요. 좀 가다 쉬고 좀 가다 쉬고  주변을 관조하면서 조금씩 올라가다가  주위를 살펴보니 이상한 톱니바퀴의 레일이 탐방코스와 거의 비슷하게 뻗어있는걸 보고 저게 뭔지 좀 궁금했었지만 그냥 , 나하고는 별상관없는 시설이겠거니 생각하고 거의 기다시피해서 올라갔습니다.


 

삼각봉대피소까지 죽을힘을 다해 도착(11:35분경)하고나니 이제 이정표대로 보면 이제 고지가 그리 멀지 않겠구나 하고 안심이되고,,  아!  나도 해낼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생겨나더군요. 그래서 여유롭게 아래와 같은 사진도 한방 찰깍....


 

11:48분경에 삼각봉대피소를 통과해서 다시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정상을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진짜는 이제 부터라는 말이 실감나게시리 무지무지 힘들고 다리는 풀려 휘청거리고 포기라는 단어를 백번도 더 생각하게 만드는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와!.... 휴~~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그래도  정상이 저만큼 보이는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는 안돼지... 아자!...... 10미터도 못가서 털푸덕, 하기를 수십차례,, 한번 털푸덕 주저앉으면 좀처럼 일어나기가 힘들어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

어느덧 하산객들은 점점 많아지고.. 이거 여기까지 와서 포기라니 ... 이건 말도 안돼! ... 또다시 엉금엉금... 이놈의 짊어진 배낭이 이토록 원망스럽긴 처음이었습니다. 이구간 코스에서 시간을 꽤 많이 잡아먹게 되었습니다.


 

정상 근처쯤 들어서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탐방로가  나무판으로 호화판(?)입디다. 그래도 그 좋은 길을  조금가다 풀썩하기를 십여차례........


 

그런데 하산객중에 한분이 "위에 직원분들이 모두  빨리 하산하라고 난리입니다. 올라갈수 있으려나... " 라며 근심스러운 눈빛을 보내길래 저는 "여기가지 올라왔는데... 나는 죽어도 정상에 올라갈겁니다."라고 답례하고는 그 나무판길을 또 다시 엉금엉금........


 


드디어, 정상 !!!!!!!!!!!!!!!!!!!!!!!!!!!! (15:30분)


 

 



정상에 올라서니 아무도 없이 저혼자 덩그라니더군요. 그 나름의 희열을 같이 나눌사람이 없다는 것에 약간 허망했지만 나도 해냈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었습니다.


잠시 퍼져 앉아 쉬었다가 주변을 감상하고 삼각대를 펴고 부지런좀 떨었습니다. 평소의 생각대로 백록담으로 내려가 물에 손좀 담그고 나름의 세레머니좀 할렸더니 웬걸! 호수가 아니라 사막이더군요. 가뭄의 심각성을 몸소 느꼈습니다.


아래와 같이  백록담표지석에 주저앉아  인증샷도........


 

더 지체하고 있다가는  언제나타날지 모르는 직원분들께 혼날것 같아 서둘러 성판악쪽으로 하산.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니 뭐, 별로겠지..하고 아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만,  큰 오산이었습니다. 땡땡해진 종아리가,  그리고 삐끗한 허리가,  게다가 배낭이 ... 올라가는것 못지않게  저의 하산길을 괴롭혔습니다.


 

장시간에 걸쳐 하산중에 눕기를 수십차례였지만  그래도  하산길이니 충분히 어두워지기전에 성판악휴게소까지는 도착하겠지 하고는 여유로왔습니다.


 

이윽고 진달래 대피소에 들어서니 아주 경쾌한  기타소리도 들리고 해서  아! 여기는 쉴만한곳이겠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탐방객은 없고 직원들이 나와서는  눈이 휘둥그레지는것이 아니겠어요. 어찌된거냐고 꼬치꼬치 묻길래  그냥  내 탐방코스와, 상태와, 통과시간등을 가감없이 말해주었지요.

 


이 직원분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유로히 "괜찮습니다. 특별히 아픈곳도 없고.. 뭐, 해떨어지기전에는 성판악까지 내려갈 수 있지 않겠나요." 라며 아주 호기롭게 허세를 부렸습니다.


 

그래도 그 직원분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더니 저에게 초코파이 하나와 생수 한병을 챙겨주시면서 저의 전화번호를 그여 따가더군요. 그리고는 통화를 눌러 확인까지... 저는 속으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어째든 그렇게 진달래대피소를 뒤로하고(18:07분경)  비실비실 하산길에 들어갔습니다.  내려가다보니 뭔가  타타닥타다닥 모타소리가 들려 오더군요. 거의 원시림 숲속에서 기계음이 들려오니 기분이 야릇했습니다. 그래서 디카를 빼들고 뭔소린가 살펴봤지요.


 

관음사 탐방로에서 올라오는 길에 봤던 모노레일에  초미니 열차가  마치 장난감처럼 올라가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신기한 마음에 셧터를 눌러대고 아래와 같이 동영상도 찍었지요.


시설 보수용 자재를 싣고 올라가는것을 보니 아마, 그런 용도로 쓰는 초미니열차인가 보다하고는 그냥 신기한 기분만 들고 그렇게  무심히 넘겼습니다.(동영상 첨부가  영, 안되어 포기... 그리고 이미지도 하나밖에 올라가지 않아 다른이미지파일도 포기)

 


그러나 !!!!!  ( 그러나의  의미는 밑쪽을 쭈욱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


 
성판악탐방로가 쉽다고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저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친 몸상태도 있었겠지만, 올라가는것 이상으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 또한 힘들었습니다. 샘터에서 목좀 축이고 물좀 껴얹고 피로를 풀다보니 날은 점점 어둠컴컴....

이거 여유를 부릴때가 아니구나, 하고는  온 힘을 내어 하산하다보니 어느새  깜깜... 그런중에도 비척비척 용케 속밭대피소까지 왔습니다.


속밭대피소에는 그야말로 인적이 아예 뚝인 적막 그 자체였습니다. 벤치에 비스듬히 누워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심.. 이  귀신 나올것 같은 속밭대피소에서 동틀대까지 밤을새야 하나... 궁리하다가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니  흰종이에 큼지막한 글씨로


 

뱀출몰주의!   말벌주의!라고  크게 몇군데나  써서 붙여놓은게 아니겠습니까! 

 

와!  이거 대피소가 맞나?


 

여기서 더이상 있을수 없어 휴대폰 불빛을 의지하여 더듬더듬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 폰이 나의 유일한  외부 연락수단인데... 폰 불빛이용도 마음놓고 할 수 없는 상황...

컴컴한 밤에 숲이 우거진 밤길을 걸어 내려가는 것이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닐것임을  조금만 상상해보면 누구든지 느끼시리라 봅니다.


속밭대피소에서 100m도 못내려간 지점에서  바로 내앞에서 크다막한  뭔가 시커먼 물체가 괴음을(마치 꿩이 목감기걸린 듯한 소리)  내지르면서 뛰어 내달립디다.

 

가슴이 콩알만해진건 말할것도 없고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그러다가 오싹.    안되겠다싶어 배낭에서 다용도 칼을 커내 펴서는 오른손에 거머쥐고 왼손에는  밧데리에 무리지만 폰 불빛을 장시간 켜고는 더듬더듬 내려갔습니다.


언듯  폰불빛에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니 커다란 고라니였습니다.  고라니였기에 좀 안심을 하고  계속 내려갔지만,,, 워낙 칠흑같이 어둡고  작은 바윗길이다보니 자꾸만 넘어지게되고,  그  넘어지는 와중에 안경까지 잃어버리게 되니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져 갔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라도  내힘으로 내려가야지라는 마음과 함께  만용이랄지,객기랄지, 이런것이 작용하여 아주 쬐금씩이나마  엉금엉금  기어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안내 이정표에 나의 현위치가  속밭대피소에서 1.5km 내려온걸로 되어 있는 곳에서  의존하던 불빛의 폰이 마침내 배고프다는 신호음을 보내왔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객기가 있을수 없었습니다.  이 칠흑같은 컴컴한 숲속에서 폰마져 꺼져버린다면 아주 심각한 상황에 빠질것은  자명한 일인듯 싶었습니다.


할 수 없이 객기를 버리고 진달래대피소의  그 직원이 찍어준 전화번호를(010-2147-328* 김병국님) 눌렀습니다. 그 직원분께서는 "어이구! 그래도 전화하셔서 잘하셨습니다."하고는 이것저것 저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고나서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저에게 다시 말씀하시기를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신지요?... 밑에서 직원이 모노타고  올라갈것이니  기다리세요.  그쪽에서도 전화가 갈겁니다."

"예, 다친데는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모노가 올라온다는게 뭔 말씀이신지........"

"아,, 예... 그런게 있습니다."


 

밑에 성판악쪽에서 직원분이 저의 위치를 확실히 파악하기위해서 전화가(010-9458-745*) 왔길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합니다만을 연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윽고 30~40분쯤 후에 아까 들었던 그 타다닥타따다 하는 그 기계음이 저만큼에서 들려오는게 아니겠어요.

묵묵한 배려와 함께 안전하게 하산시켜준 위 전화번호의  이름모르는 님에게 진정감사드립니다. 

 


 

아! 이게 그 모노라는 것이구나!  케치하고는 그소리가 그토록 반갑고 기쁠수가 없었습니다.  아! 이제는 살았구나!  곤경에서 벗어났구나!  그 기쁨과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까, 올라가는것을 봤을때는 그냥 신기할 뿐이고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기계일뿐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토록 상황이 급변할줄이야!


모노를 힘겹게 몰고오는 직원분께  폰 불빛으로 위치를 알리고 기다렸더니 아주 정확하게 제앞에 세웠습니다.그 직원분께서는 조금도 싫은 기색없이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시냐고  안부부터 묻기에 눈물이 살짝 맻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 초미니 모노열차에 제가 잘 올라서지 못하자  손수 저를 번쩍 들어  올려주시는 그 세심한 배려에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모노타고 내려가는길 엄청 멀더군요. 시간도 꽤 걸리구요. 이런길을 고집피우고  홀로 내려갈려고 생각했던 저의 우매함을 자책합니다.


마침내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하니(10:30분경)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택시타는길까지 안내해주시고 친절히 대해주신   직원분들과 그리고  진달래 대피소의 김병국님의  슬기로우신 판단과 친절에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제주와 한라산을 생각할때마다  한라산 국립공원 직원분의 고마움이 떠오를것이고,,,,, 이 고마우신 직원분들을 생각할때마다 제주와 한라산이 떠오를것입니다.


 

도움주신 분들과  한라산 국립공원의  모든 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한라산 탐방후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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