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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돈내코, 올레길
작성일 2010-02-01 16:59:23 조회 5,429 회
작성자 정준현

돈내코, 올레길.

 

지난 일요일 2박3일로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15년 만에 개방된 한라산 서귀포 쪽 등산로 돈내코와 올레길을 걸어 보기위해서 지요. 막연히 조만간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둘째 딸아이가 1월초에 친구들과 선수를 치는 바람에 질세라 앞당겨 가게 된 것입니다.

- 1월 24일(일) : 어리목 ~ 돈내코 등산. 13.8Km, 산행시간 6시간

산악회에서 지정한 시간과 장소는 오전 7시, 김포공항 1번 게이트.         노원역에서 5시 30분에 출발하는 4호선 첫차를 타기위해 4시 30분에 모닝콜을맞춰놓았으나, 4시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산악회에 예약한 화요일부터 마음이 들떠있었으니 일찍 눈이 떠질 수밖에.......

여행은 여행하는 기간뿐만 아니라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점부터 우리즐겁게 한다. 未知의 곳에 대한 기대와 설렘, 지도를 보면서 거쳐 갈 여행지, 등산로를 미리 짚어가는 그 즐거움과 행복감은 실제 여행에 버금가지 않을까?

오전 10시. 어리목 도착. 제주도는 늘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섬이다. 공항에내렸을 때부터 따뜻한 기온과 그에 따른 주위환경부터가 그렇다. 어리목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전봇대처럼 키 큰, 이름 모르는 나무들이 나를 반긴다. 나무나 꽃들을 좋아는 하지만, 도통 이름을 외우거나 파고들기는 싫다. 가까운 곳에 까지 까마귀가 날아와 ‘깍깍’ 울어댄다. 옆에서 등산객이 듣기싫다고 한마디 한다. 하지만, 까마귀는 새들 중에서 가장 IQ가 높은 새라   한다. 옛날 길조라 불리던 까치는 농작물에 해를 끼쳐 농민들이 기피하는

가 되었다. 새에 대한 편견도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리라. 흔히 독수리를 하늘의 제왕이라 하지만, 난 가장 멋 진 새는 매라 생각한다. 날렵한 몸놀림,매서운 눈매, 황홀한 비상과 먹이사냥을 보노라면, 누구나 매의 예찬론자가 되리라. 죽은 고기까지도 먹는 독수리와 어찌 비교 하겠는가.

30분 정도 빡세게 오르는 경사진 길을 제외하면, 사재미 동산까지 1시간이면오른다. 사재미에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도 1시간정도 소요. 사방이 눈 쌓인거대한 평원이다. 여행기간 내내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보이는 것은키 작은 상록성 눈향나무, 눈과 구름, 푸른 하늘이다. 대피소에서, 산악회에서 준 발열 비상식량을 먹으려하니 숟가락이 없다. 컵라면을 사 먹으려 하니 늘어 선 줄이 길다. 포기하고 가져간 육포와 초콜릿으로 점심 해결.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1시간 거리 길도 눈 천지.              등산로는 이렇다 할 어려운 코스 없이 평이하다. 경관 좋은 곳에서 혼자 온 여자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디-카를 건넨다. 삼십대 말로 보이는, 왠지 호감이가는, 붙임성 있는 여자였다. 목적지가 같아서 동행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돈내코에서 올라와 어리목으로 간단다. 역시 난 혼자일 수밖에  없나보다. 산악회에서도 혼자 온 사람은 나 한 사람이다. 적게는 2 ~ 3명,  많게는 17명인 그룹도 있다. 난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어느 곳에서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반면에, 혼자일 때에도 전혀 외롭거나 불편하지도 않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양면성을 지녔다고 할까.

남벽분기점에서 평꿰대피소까지는 눈 쌓인 길, 녹아 질펀한 길이 반반이다. 여기도 키 작은 나무와 억새 같은 풀 뿐, 드넓은 평원이다. 사실 한라산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힘이 없는 그 광활함 때문에 사랑 받는지 모른다. 다른산은 없고, 높고 낮은 오름들과 바다만이 섬 중앙에 홀로 서있는 한라산의  친구이니까. 평꿰(돈내코기점 5.3Km)에서 돈내코까지는 눈이 없다. 서귀포의따뜻한 날씨로 봄 날씨처럼 포근하다. 껴입은 등산복이 거추장스럽다.

돈내코 등산로는 야생화가 피는 봄, 녹음이 짙푸른 여름에 와야 할 듯. 기대했던 것만큼 감동을 자아내는 숲길은 아니었다. 야생화와 녹음이 우거지는  봄이나 여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몰라도.......

- 1월 25 ~ 26일 : 올레길 1, 5, 6, 7코스 맛보기

올레길은 2007년 12월 1코스가 만들어 진 후, 현재까지 총 연장 237Km,     14코스가 개발되었다. 시사저널과 오-마이뉴스 편집장을 지낸 서 명숙氏가  스페인 북부에서 지중해로 빠지는 800Km 산티아고 길을 다녀와서, 자신이   태어 난 제주도에도 그와 같은 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불과    2년 정도가 지난 지금, 제주도하면 한라산과 함께 바로 떠오르는 랜드-마크가되었다. 한사람의 발상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한 것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하기 전에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올레 14코스를 여러 차례로 나누어서라도 전부 가겠다는 것과 이번 산악회  예약으로 4개 코스를 마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완전 착각이다.

올래길을 걸으면서, 올레길은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놀멍 쉬멍 걸으멍’걷는 길이지 몇 개 코스를 갔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고, 또 산악회에서, 시간이 넉넉하니 한 개 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4개 코스를 전부 끝마쳐 줄 것이라는 생각도 틀렸다. 하루에  2개 코스씩 5시간 정도, 엑기스만을 걷는 일정인 것이다. 올레를 한 코스라도제대로 하시겠다는 분은 직접 일정과 코스를 계획하시길.......

5~ 7코스는 서귀포의 따뜻한 날씨로 겨울철에 올레하기에 적합한 코스다.    3일 동안 날씨가 더 할 수 없이 좋았다. 보아도보아도 시야를 가득 채우는  짙푸른 바다, 바다에 부딪힌 햇살이 반사되어 만드는 금빛 물결, 철썩이는  파도, 감미로운 바람, 따뜻한 햇살.......

행복한 게 무엇인가? 바로 이 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순간순간 뇌리를 스친다. 중간 중간에 바다를 떠나 넓은 도로와 연결되기도 하지만, 코스를 알려주는 팻말과 청색페인트로 표시된 화살표로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여기저기에  민박집을 비롯한 숙소가 많았고, 민생고를 해결할 식당도 많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혼자서 걷는 사람.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다 행복해 보인다. 제주도는 성산포에서 모슬포까지 동서로 73Km, 제주공항에서 서귀포까지 남북으로 41Km라 한다. 북쪽과 동서쪽은 바람이 매서운데, 서귀포 쪽은 바람마저도 따뜻하다. 북쪽에 있는 제주시와 남쪽의 서귀포는 같은 시간대에도 5도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한라산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막아 주는 병풍역할을 해서 그렇단다. 겨울철 올레하실 분은 이 점을 참작하여   5~ 8코스를 택하시기 바란다.

1코스는 말미오름부터 시작되는데, 오름에 오르면 제주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좋았고, 일주도로 교차로까지는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논은 없고 돌무더기로 구분 지워진 무와 배추밭이 많았다. 바람이 매섭다. 제주를 삼다도라 하는데, 그 중 여자는 아니라 한다. 작년도 인구조사 통계에서    남자가 여자를 역전했다고 한다. 아무 때나 바다가 한없이 보고 싶을 때,   모것이 귀찮아 질 때, 올레가운데 2개 코스씩 잡아 엑기스만이 아니라,     제대로 걸어 볼 생각이다. 올레에 관한 모든 정보는 www.jejuolle.org에서  찾을 수 있다.

제주는 역시 돌과 바람이 많고, 억새와 동백나무, 귤나무, 말을 기르는     초지는 가는 곳마다 지천이다. 또 말고기가 일품이라고 하는데, 둘째 날    일정이 일찍 끝나 2시간 동안 번화한 시내를 배회하기는 했지만 먹어보지   못했다. 아무리 일품이라 해도 그렇지 청승맞게 혼자서 무슨 말고기?

                                         2010. 1. 28. 22:30 鄭俊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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