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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문화

바람은 새로운 문화자원

바람의영향으로 나무가 한쪽방향으로 기운모습
제주사람들은 바람에 익숙해 있다. 바람으로 인해 삶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바람을 이기고 순응하는 법도 배워 나갔다. 거센 바람을 이기기 위해 초가를 낮게 지었고, 지붕을 꼭꼭 동여매 바람에 대비했다.
발부리에 걸리는 돌을 이용해 밭담을 쌓았다. 돌담은 밭의 경계를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구멍 숭숭 뚫린 돌담은 제주인이 만들어낸 삶의 여백이며 지혜였다.
 

겹겹이 엮은 초가와 위태위태하지만 강풍을 견디는 돌담은 어렵게 살아온 제주민의 생활상과 인고의 세월을 견딘 제주인의 성정을 닮았다.
섬사람들은 화산회토에 뿌려진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마소를 이용해 밭을 밟아주고, 남테와 돌테, 섬피라는 농기구를 만들어 부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푸는 체와 좀팍 등 바람을 이용한 도구도 만들어 삶의 한 방편으로 삼았다.
태풍은 지붕을 날려버리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등 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폭풍이 불면 신이 노여워한다고 믿어 정성을 다한다. 바다를 생존의 수단으로 삼아온 섬사람들에게 바람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생명줄을 쥐고 있는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해상의 안전과 풍요를 책임진 바람의 신 '영등신'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도 2월이면 해안마을을 중심으로 '영등굿'이 치러진다.
옛 기록을 보면, 해상의 폭풍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큰바람이 불어 흉년이 들었다거나 곡식이 부족하여 불쌍하게 생활했다는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제주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파손돼 표류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최부의 『금남표해록』, 장한철의 『표해록』, 헨드릭 하멜의 『표류기』 는 당시의 제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인 거센 바람도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휘몰아치는 태풍과 폭풍이 없으면 바다는 죽은 바다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가끔 큰바람이 불어 바다를 뒤엎어 주어야 바다가 건강해진다.
임제의 『남명소승(南溟小乘)』에 “한라산 이북은 항상 북풍이 많고 팔방의 바람에서 북쪽이 가장 세기 때문에 제주 온 지경은 수목이 다 남쪽을 향하여 몽그라진 비와 같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물거품이 비와 같고 바다에 가까운 10리 사이는 초목이 다 짠 기운을 입게 된다”고 쓰여있는 것처럼 제주의 자연환경은 바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제주바람의 거친 모습

제주의 풍경은 바람에 의해 밋밋하지 않고 살아 꿈틀대는 생명력을 얻는다. 북풍에 몰아친 팽나무가 한 곳으로 쏠리고, 북서풍을 받은 오름의 띠가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납작 엎디어 있다. 겨울철 한라산에서 볼 수 있는 칼날 같이 날카롭게 형성된 기기묘묘한 설경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광이다. 날씨와 기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간 풍광은 예술인들의 예술혼을 자극한다. 시, 그림, 사진 등 무수히 쏟아지는 예술작품은 제주 자연의 이런 내밀한 속성의 결과다.
제주의 강한 바람은 제주 사람들의 언어환경도 바꿔 놓았다. 말이 거세고, '강, 봥, 왕'처럼 축약형 언어가 발달한 것도 바람의 영향이다.
자연과 인문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제주바람. 그 바람은 더 이상 재난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바람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제주의 맑은 공기도 상품으로 출시되는 등 제주의 청정이미지는 제주를 살리는 미래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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