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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달이와 제주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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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룩끼룩'
'끼룩끼룩'

"음~ 저 섬이 바로 탐라국 땅이로구나."

이 사람 참 고약하게 생겼죠? 도대체 누구냐고요? 이 사람은 고종달이라는 중국의 풍수사랍니다.
풍수사는 산의 모양과 물의 흐름 따위를 보고 땅이 좋고 나쁨을 점치는 사람이죠.

고종달이와 제주의 혈 1부

탐라국 땅이 눈앞에 펼쳐지자 고종달은 잠시 자신의 나라인 중국 생각에 잠겼습니다.
중국에 왕비가 세상을 떠나자 왕은 사방팔방으로 알아본 뒤 탐라국 출신의 아주 예쁜 여자를 후궁으로 맞았답니다.
후궁은 열달만에 커다란 알 다섯개를 낳았는데요. 그 알이 점점 커지더니 한 알에서 백명씩 오백장군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랐습니다.
오백장군들은 매일같이 궁 안을 뛰어다니며 전쟁놀이를 했답니다.
어찌나 정신없이 설치고 다니는지 오백장군들 때문에 나라가 꼭 망할 것만 같았어요.
고민하던 왕은 용하다는 점쟁이에게 점을 치게 했어요.

"왕비가 탐라국 사람이 아닙니까. 그 땅에 있는 장군 혈의 정기로 저런 장군들이 태어난것입니다.
하루 속히 그 장군혈을 다 떠버리지 않으면 저런 장군들이 많이 태어나 우리나라를 꿀꺽 삼킬 것이옵니다."
"뭐.. 뭐라고! 이.. 여봐라! 빨리 풍수가 고종달이를 불러라!"

"고종달이 니가 탐라로 가서 *()과 *물혈을 모두 끊어버려라. 그래서 그 땅에서 장군 하나 나지 못하도록 기를 말려버려라."

'끼룩끼룩'

"여기가 무슨 마을이냐?"
"종달리인데요?"
"뭐, 종달? 내 이름을 마을 이름으로 쓰다니 무엄하구나."
"뭐라구요? 오래살다보니 별 이상한 사람을 다보겠네."

화가 난 고종달은 우선 종달리의 물혈부터 뜨기 시작했어요.

종달리 → 화북

그리고 서쪽으로 가면서 온갖 혈을 뜨고 다녔죠. 고종달이 혈을 뜨면 펑펑흐르던 샘은 거짓말처럼 갑자기 말라버렸답니다.
고종달은 물혈만 뜨고 다닌게 아니였어요.

"이 근처에 말혈이 있을텐데. 어디보자.. 옳지! 여기로구나."
"거, 뭐하는 짓이요?"
"어떤일이 있어도 이 쇠꼬챙이를 빼서는 안돼오."
"왜? 무엇때문에?"
"아이. 글쎄 안된다면 안되는줄 아시오. 뺴면 큰일난다니까."
"내 참.어이가 없어서. 언제봤다고 신경질이야?"
"에그머니나. 오늘 별스럽게 사람을 많이 만나네. 할아버지는 또 누구시오? 근데 할아버지, 어디가 아프십니까?"
"제발.. 제발.. 저 저..쇠꼬챙이를 좀 빼주시오."
"저거요? 아까 어떤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절대로 빼지말라 신신당부를 했는데."
"부탁이오.. 빨리좀..."
'아이고 이거.. 예삿일이 아니로구만.'
"아아..알았어요. 내 얼른 뽑아버립죠."
'아이고 오늘 참 이상한 날이네.'
"아이아이고..!! 이게 뭐야이거..음..? 이 할아버지가 어디가셨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내가 꿈을 꿨나?"

고종달이 쇠꼬챙이를 꼽았던 혈은 말혈이였어요. 다행히 쇠꼬챙이를 뽑아버렸기 때문에 제주에 말은 나는데 피를 솟아버렸기 때문에 제주도의 말은 몸집이 작아졌다고 합니다.

옛날 중국에 고종달이라는 풍수사가 있었다.
하루는 중국의 황제가 지리서를 보니, 제주도가 훌륭한 인걸이 많이 태어날 땅이다. 황제는 제주도에서 인걸이 태어나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을 염려해 고종달이를 시켜 제주의 물혈(穴)을 끊으라고 했다. 좋은 물이 없으면 인걸이 태어날리 없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고종달이가 처음 제주에 도착한 곳은 종달리였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 마을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마을 이름이 자신의 이름과 같다는 것을 알고 불쾌한 고종달이는 그 곳의 물 혈부터 끊어버린다. 당시의 종달리는 지금의 위치보다 좀더 위쪽에 있었는데, 고종달이에 의해 물 혈이 끊기자 물을 찾아 해안가로 내려오게 된 것이라 한다.
이렇게 고종달이는 종달리를 시작으로 전도를 돌며 물 혈을 끊고 다녔다.

화북리의 물 혈을 끊으러 올 때였다. 화북리에서 한 농부가 물혈 가까이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나타나 샘의 물을 행기(놋그릇)에 떠서 나무아래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노인이 매우 다급해하고 딱한 표정을 짓고 있기에 농부는 노인의 부탁대로 했다. 그러자 그 노인이 행기 속 물로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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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달이와 제주의 혈 2부

"저기 물을 요 행기로 한 그릇 떠다가 저 소 질마 밑에다 잠시만 숨겨주시오."
"몹시 급한가본데. 뭐 그러시구랴."

"아!! 이게 분명 꿈은 아닌데 뭔일이람..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나보다. 에라 모르겠다. 밭이나 갈자."

"여기 고부랑나무 아래 행기물이란 물이 어딨소?"
"아~ 살다보니 별스런 이름을 다 듣겠군. 내 평생 이 마을에 살고있지만 그런 물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소."
"이상하다. 여기가 틀림없는데."

"킁킁킁킁~ "

"에? 거기 내 점심밥이 있는데 요놈의 개가 어디 내 점심밥을 먹어보려고! 저기 가라! 가!"
"이 놈의 지리서가 엉터리로구나."

"멍멍아 가자!"
"월월!"

고부랑나무란 소말등에 얹어 물건을 나르는 기구인 길마를 말하는 것이고,
행기물이란 녹그릇에 떠놓은 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까 그 백발 노인은 수신, 다시 말해 물의 신이었어요.
고종달이가 가진 지리서가 어찌나 잘되어있는지 수신이 행기 속의 물에 들어가 길마밑에 숨을 것까지 다 기록되었지만 고종돌이도 농부도 그 뜻을 몰랐던 것이죠. 덕분에 화북마을의 물맥은 끊어지지 않았답니다.
그 때, 행기그릇 속에 담겨 살아난 물이라해서 행기물이란 이름이 붙었죠.


화북 → 산방산

"오호.. 과연 장관이로고.. 여기가 훌륭한 왕이 태어날 땅이 틀림없으렸다. 이 모양새를 그대로 두면 훌륭한 왕이 태어나
천하를 주름잡을게 뻔한데.. 그렇게 놔둘 순 없지. 헌데 이놈을 어떻게 죽이지?"

"월월!!"
"흠..흐흐흐흐흐 음 이게 저 용의 혈이로군."

"쾅쾅 죽어라!!!!!!"

"에헤.. 아이고.. 헥.. 음.. 이만하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겠지. 자 왠만큼 했으니 이제 돌아가 볼까나?
멍멍아 비양도 쪽으로 가자. 일단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오던지 해야겠다."


산방산 → 비양도

"저저.. 저런.. 못된 놈을 보았나! *(제)의 혈을 다 뜨고 다니다니. 내 너를 살려 보낼 것 같으냐?"

"어! 뭐.. 뭐야? 왠.. 매? 네 이놈! 넌 누구냐! 썩 꺼지거라!"
"나? 난 광양당신이다. 내 너를 곱게 보내줄 줄 아느냐? 북풍아 몰아쳐라!!"
"어? 갑자기 왠 바람이? 아이구.. 어지러워라!"

"으이~ 사람살려! 사람살려!! 아이구야! 이게 뭔일이냐.. 사람살려! 사람살려! 고봉달 살려!
천하의 풍수가 고종달이가 여기서 죽게되나보다. 어푸우우! 큭 쿠왁~"

예나 지금이나 제주시 산지천에는 풍부하고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납니다.
고종달이가 이 물맥은 끊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그 때, 광양당신이 고종달이를 처치하지 못했다면 다시 돌아와서 이 물맥마저 끊어버렸었는지도 모릅니다.
광양당신의 활약에 우리나라 임금님도 감탄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최고로 좋은 향을 많이 보내서 광양당신을 위한 제를 올리도록 했다는군요.
왜 향을 보냈냐고요? 신들은 향을 좋아하거든요.

the end

잠시 후 고종달이가 지리서를 보며 그 곳으로 왔다. 고종달이는 농부에게 '꼬부랑나무아래 행기물'이라는 곳이 어딘지 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농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 그런 이름의 샘은 존재하지 않았다. 방금 전 농부가 떠놓은 행기속의 물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고종달이의 지리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리 없는 고종달이는 근처를 아무리 찾아도 물 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고종달이의 개가 물 냄새를 맡고 행기물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농부의 점심이 같이 있었기에 농부는 개가 자신의 점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개를 쫓아낸다. 물 혈을 찾지 못해 화가 난 고종달이는 엉터리 책이라며 지리서를 찢어 버리고 제주도를 떠난다.

고종달이가 탄 배가 고산 앞바다의 죽도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배가 침몰되었다. 이는 제주도의 혈을 파괴한 고종달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라산신이 일으킨 바람이었다. 이로 인해 고종달이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한다.

일부에서는 고종달이가 광양당신에 의해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도 한다.
그로 인해 죽도를 '고종달이의 귀향을 막았다'하여 차귀도(遮歸島)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고종달이에 얽힌 이야기는 많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는 마을에서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곳이 자기네 마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지역명을 달리하여 여러 가지로 전해지고 있는데 고종달이도 고종달, 호종단 등으로 널리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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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현용준(1976). 「제주도 신화」.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전설」.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민담」. 제주문화
  • 고대경(1997). 「신들의 고향」. 중명
자문위원
  • 현용준(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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