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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신화

영상재생
개벽신화

이 신화는 제주도에서 큰 굿을 할 때 맨 처음 시작하는 초감제에 나온답니다.
초감제때에 모든 신들을 한꺼번에 불러들여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언제 어디서 왜 굿을 하는지 그 연유를 밝히는 거래요.
그 언제 어디서를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는 천지개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죠.

이 세상에 처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캄캄하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늘과 땅이 한 덩어리로 딱 붙어있었죠.
세상이 열릴 기운이 돌기 시작한 첫 날 희미하게 금이 생겨났어요.
그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땅덩어리에서 산이 쑤욱 솟아올랐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저마다 이슬이 송송 돋아 서로 합쳐지더니 별이 생겨나고 구름이 생겨났어요.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어두웠는데요.
천왕닭이 목을 들고 지왕닭이 날개를 치고 이남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울자 먼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때, 하늘의 옥황상제인 천지왕이 해 둘과 달 둘을 내보내 세상이 활짝 밝아졌답니다.

하늘과 땅이 열려 세상이 시작됐지만 어지럽기 짝이없었습니다.
짐승도 말을하고 풀과 나무도 말을 했어요. 귀신인지 사람인지 구별도 없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하늘에 두개 씩이나 떠있는 해와 달이였어요.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워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옥황상제인 천지왕이 걱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어요.
'세상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텐데.. 묘책이 없을까..'

'으크크크. 아이구..아효.. 이거 꿈이로구나. 아이고 깜짝이야. 무슨꿈이 그리 요란할꼬..
옳거니! 바로 세상질서를 바로 잡을 귀동자를 얻을 길몽이로구나.
귀동자를 얻으려면 혼인부터 해야지.
하.. 지상에서는 총맹부인이 아름답고 지혜롭다는데 한번 찾아가볼까나..'

'하.. 이를 어쩌면 좋아.. 하필이면 쌀 한 톨 없을 때 오시다니.. 할 수 없지. 수명장자에게 가서 쌀을 한 되 꾸어오자.'

수명장자는 부자였지만 마음씨가 고약했어요. 쌀에다 흰 모래를 섞어 한 되를 채워 꾸어주었죠.
총명부인은 밥상을 차려 천지왕과 마주 앉았습니다. 천지왕은 흐뭇한 마음으로 숟갈을 들어 밥을 훅 떠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째, 돌이 우지끈 씹혔습니다.

"으.. 아..아이고 이 무너지겠네.. 아니 부인 쌀밥인줄 알았더니 이게 돌밥아니오?"
"쌀이 없어서 수명장자에게 꾸러 갔더니 흰 모래를 섞어줍디다. 열번이나 *(잃었지만) 모래가 하도 많이 섞여
첫 숟갈에도 돌이 씹히는 모양입니다."
"뭐.. 뭐라고? 이런 괘씸한 것을 보았나. 수명장자라는 놈이 어떤 놈이요. 그 됨됨이를 낱낱이 얘기해보시오."
"그 고약함을 어찌 다 아뢸수가 있겠습니까만.. 제가 듣기에는 가난한 사람이 쌀을 꾸러가면 흰 모래를 섞어주고.
좁쌀을 꾸러가면 검은 모래를 섞어주는데. 작은 그릇으로 꿔줬다가 큰 그릇으로 돌려받아 부자가 되었다고 하옵니다."
"이..이런이런..."
"고자질 하는 듯해 좀 뭐합니다만.. 그 딸들과 아들들도 참 고약스럽답니다.
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일꾼으로 부려 밭에 김을 매는데 점심밥 먹을때에 맛좋은 반찬은 자기네만 먹고 일꾼들에게는 형편없는 음식을 준답니다. 아들들은 말과 소에게 물을 먹여오라고 하면 발굽에 오줌을 누어 물통에 들어섰던거처럼 보이고 물을 굶긴다고 하옵니다."
"천하의 몹쓸 것들이로군. 이.. 괘씸하고 괘씸하구나! 벼락장군!! 벼락*() 내보내라!
우뢰장군!! 우뢰*(세자)를 내보내라! 바닥*(진군) 내보내라!"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천지왕은 벼락같이 명을 내려 수명장자의 으리으리한 집을 한꺼번에 홀랑 불태워버렸습니다.
수명장자 딸들아 너희들은 꺾어진 숟가락 하나 엉덩이에 꽂은 밥벌레가 되어라!
수명장자 아들들아 너희들은 솔개가 되어 비온뒤에 꼬부라진 주둥이로 *()를 핥아먹어라!
내 너희들을 이렇게 환생시킨 이유를 알것이다."

수명장자네 식구들을 혼내준 천지왕은 비로소 총맹부인과 혼례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달콤한 몇 일이 지나갔어요.

"난 이제 하늘로 올라가 봐야하오. 당신은 아들 쌍둥이를 낳을 것이오.
큰 아이 이름은 대별왕, 작은 아이는 소별왕이라 지으시오."
"이대로 가시면 전 어쩌라고요.. 무슨 증거물이라도 주고가세요."
"어허.. 거참.. 에헴. 그럼 이 박 씨 두개를 받으시오. 이 담에 아들이 나를 찾거든 정월 첫 *(돼지)날에 이 박 씨를 심으라고 하시오."

천지왕의 말대로 총맹부인은 아들 쌍둥이를 낳았고 이름을 대별왕 소별왕이라고 지었습니다.
쌍둥이 형제는 건강하게 잘 자랐어요. 똑똑하고 착했죠. 그러나 친구들이 놀리는것 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친구들이 아버지가 없다고 놀립니다."
"네 맞아요. 자꾸자꾸 놀려요."
"우리 아버지가 누구인지 가르쳐주십시오."
"네 맞아요. 이젠 가르쳐 주실때가 됐어요."
"놀라지마라. 너희들의 아버지는 옥황상제이신 천지왕이란다."
"네? 진정 사실이옵니까?"
"네? 진정 사실이옵니까?"
"그런 엄청난 일을 거짓말 하겠느냐?"
"천지왕이 저희 아버지라면 어찌하면 만날 수 있습니까?"
"맞아요. 하늘은 너무 높아요."
"내 그럴줄 알고 증거물을 받아놓았지."
"옜다. 이 박씨를 받아라. 너희들이 아버지를 찾으면 이 박씨를 주어 심으라고 했단다."

형제는 정성껏 박씨를 심었습니다.

"형님, 형님! 이리 좀 와보소. 박씨에서 싹이 돋아났다오."
"어어? 벌써? 어디어디! 아니, 이 것 좀 보게 덩굴이 쑥쑥 자라나네."

형제는 하늘로 쭉쭉 뻗어올라가는 박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어요.
하늘나라가 어찌나 멀던지 올라가는 동안 형제들은 늠름한 청소년으로 자라버렸답니다.

"어서들 오너라. 내 아들들아. 참으로 훌륭하게 자라주었구나.
이제 세상의 혼잡한 질서가 바로 잡힐 때가 온게야. 대별왕아."
"네. 아버님.
"너는 이승을 맡아 통치하도록 해라. 아 그리고 소별왕아."
"네. 아버님"
"너는 저승을 맡아 통치하도록 해라."

소별왕은 이승을 차지하고 싶어 꾀를 냈습니다.

"형님, 형님. 우리 수수께끼를 해서 이기는 자가 이승을 차지하고 지는 자가 저승을 차지하도록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꾸나. 그럼 내가 먼저 시작하마. 왜 언덕 위의 풀은 잘 자라지 않고 낮은 쪽의 풀은 무럭무럭 잘 자라느냐."
"그거야 봄바람과 봄비에 언덕의 흙이 낮은쪽으로 내려가니 언덕위의 풀은 잘 자라지 않고 낮은데의 풀은 잘 자라는 것 아닙니까?"
"모르는소리 마라. 사람은 머리털은 길고 발등털은 짧지않더냐. 어때? 네가 졌지?"
"수수께끼는 너무 시시합니다. 형님. 그러지말고 우리 꽃을 심어서 잘자라 꽃을 피우는 사람이 이승을 차지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네가 어지간히도 이승을 차지하고 싶은게로구나. 그럼 지부왕에게 가서 꽃씨를 받아다 심자."

형제가 받아다 심은 꽃씨는 곧 싹이 돋아났습니다. 그런데 형이 심은 것은 왕성하게 자라 꽃봉오리가 맺혔는데,
동생이 심은 것은 시들어갔어요. 불안해진 동생은 또 얼른 꾀를 냈답니다.

"형님, 우리 누가 잠을 잘 자나 내기나 한 번 해봅시다."
"넌 참. 별걸 다 내기하자고 하는구나. 그래 자자, 자."

동생은 자는 척 눈을 감고 있다가 형이 깊이 잠들자 얼른 꽃을 바꿔치기 하고 형을 깨웠어요.
형이 일어나 보니 자기 앞의 꽃은 시들어가고 동생 앞의 꽃은 활짝 피어있었어요.

"소별왕아 약속은 약속인지라 니가 이승을 차지하긴 하라만은. 인간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욕심쟁이도 많고 거짓말쟁이도 많고, 도둑도 꽤 많아 싸움이 그치지 않을텐데. 어찌하면 좋을꼬.."
"아이고 형님 걱정도 팔자시오. 내 다 알아서 하리다."

큰 소리 뻥뻥치며 이승에 내려온 소별왕 그러나 이승의 질서는 생각보다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도둑이야~도둑이야~"
"사람살려! 사람살려!"
"불이야! 불이야!"

'아휴.. 이거이거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저승을 차지하고 말걸.. 안되겠다 도로 올라가자.'

"형님. 대별왕 형님. 좀 도와주십시오. 제 힘으로는 도저히 안되겠소."
"내 그럴 줄 알았다. 자! 가자. 우선 저 해와 달을 정리해야겠다."

대별왕은 천근활과 천근살로 앞에 오는 해는 남겨두고 뒤에 오는 해를 쏘아 동해바다에 던졌습니다.
또, 앞에 오는 달은 남겨두고 뒤에 오는 달을 쏘아서 서해바다에 던졌어요.
그래서 하늘에는 해와 달이 하나씩 뜨게 된 것이랍니다.
그리고 소나무 껍질로 만든 가루를 뿌려 풀과 나무, 짐승의 혀를 굳어지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만이 말을 하게 된 것이랍니다.

"이야~ 착착 정리가 되가는구만. 그런데 형님, 귀신인지 사람인지 도통 구분이 안되니 이는 어찌하면 좋겠소?"
"자 이 저울로 무게를 달아 갈라보자. 음.. 이건 100근이 차니 사람, 이건 100근이 못되니 귀신. 이건 사람, 이것도 사람. 요건 귀신이로구나."
"아효~ 우리 형님 정말 잘 하시네. 역시 형님이시오. 내 존경해 마지않소."
"으흠~ 흠.. 자, 이제 자연의 질서는 다 바로잡혔다. 나머지는 니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난 그만 올라간다. 안녕~"
"어~ 아이, 이왕이면 좀 더 수고해주시지. 어쨌든 고맙소. 안녕히 올라가시오."

대별왕이 자연의 질서만 바로잡아주고 더 수고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까지도 인간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아 싸움이 그치지않게 되었고
저승법은 맑고 공정하게 된 것이랍니다.
개벽신화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아주 소중한 신화입니다.

the end

천지가개벽하다

태초는 혼돈이었다. 하늘과 땅이 한 덩어리로 서로 맞붙은 암흑천지였다.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개벽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의 머리가 저마다 열리면서 금이 생겨났다. 그 금이 점점 벌어지더니 땅덩어리에서 산이 솟아올랐다.

하늘에서는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검은 이슬이 솟아나 서로 합쳐지더니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저 별이 생겨났다. 동쪽 하늘엔 견우성, 서쪽에는 직녀성, 남쪽에는 노인성, 북쪽에는 북두칠성이 그리고 하늘 한가운데 삼태성이 뜨더니, 이어서 많은 별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 다음 구름이 생겨났다. 동쪽에서는 푸른 구름이, 서쪽에서는 흰 구름이, 남쪽에서는 붉은 구름이, 북쪽에서는 검은 구름이 그리고 하늘 한가운데는 누런 구름이 떠 오락가락 했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어두웠다.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울자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의 옥황상제 천지왕이 해 둘과 달 둘을 내보냈다. 드디어 천지가 활짝 개벽되었다.

총맹부인과 수명장자

천지는 개벽했지만 혼란하기 짝이 없었다. 초목도 말을 하고 짐승도 말을 했다. 귀신과 인간의 구별도 없었다. 사람을 부르면 귀신이 대답하고 귀신을 부르면 사람이 대답했다. 더구나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 때문에 만민백성이 낮에는 더워 죽고, 밤에는 추워 죽어갔다.

“세상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텐데, 묘책이 없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천지왕은 어느 날 기가 막힌 꿈을 꾸었다. 하늘에 둘씩 떠 있던 해와 달을 하나씩 삼켜서 먹어버리는 꿈이었다.

“옳거니! 세상질서를 바로잡을 귀동자를 얻을 길몽이로구나!”
이렇게 생각한 천지왕은 지상의 총맹부인과 혼인하기 위해 서둘러 지상으로 내려왔다. 총맹부인은 매우 가난했다. 천지왕이 찾아왔지만 저녁 한 끼 대접할 쌀이 없었다. 고민 끝에 동네에서 제일 부자로 사는 수명장자에게 쌀을 한 되 꾸러 갔다.

수명장자는 마음씨가 고약했다. 쌀에다 흰 모래를 섞어 한 되를 채워 꾸어주었다. 그 쌀을 깨끗이 씻고 열 번이나 일어 저녁밥을 지은 총맹부인은 밥상을 차려 천지왕과 마주 앉았다. 흐뭇한 마음으로 첫 숟갈을 든 천지왕. 그러나 돌이 우지끈 씹혔다.

“부인, 어째서 첫술에 돌이 씹히는 거요?”
“쌀이 없어서 수명장자에게 꾸러 갔더니, 흰모래를 섞어 줍디다. 열 번이나 일었지만 모래가 하도 많이 섞여 첫 숟가락에도 돌이 씹히는 모양입니다.”
“이런 괘씸한!”

화가 난 천지왕은 수명장자의 됨됨이를 낱낱이 캐어물었다. 고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난한 사람이 쌀을 꾸러 가면 흰 모래를, 좁쌀을 꾸러 가면 검은 모래를 섞어주는데, 작은 말로 꾸어 줬다가 큰 말로 돌려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명장자의 딸들과 아들들도 고약스럽기 마찬가지였다. 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놉으로 밭의 김을 매는데, 점심식사 때 맛좋은 간장은 자기네만 먹고, 놉들에게는 고린 간장을 먹였다. 아들들은 마소에게 물을 먹여오라고 하면 말발굽에 오줌을 누어 물통에 들어섰던 것처럼 보이고 물을 굶겼다.

“괘씸하고, 괘씸하구나! 벼락장군, 벼락사자 내보내라. 우뢰장군, 우뢰사자 내보내라. 화덕진군 내보내라!”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천지왕은 벼락같이 명을 내려 수명장자의 으리으리한 집을 한꺼번에 홀랑 불태워버렸다. 불 탄 자리에 사람이 죽어 있으니, 그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굿을 했다. 그 뒤로 불에 타 죽은 원혼이 신당 뒤에 들어서 얻어먹는 법이 시작되었다.

화재가 났던 곳에는 화덕진군을 내보내는 불찍굿을 했다. 그로부터 불찍(화덕진군)사자는 불찍굿에서 얻어먹는 법이 마련되었다.

천지왕은 수명장자의 아들과 딸들에게도 엄벌을 내렸다. 가난한 사람들을 고약하게 학대한 딸들은 꺾어진 숟가락 하나를 엉덩이에 꽂아 팥벌레 몸으로 환생시켜버렸다.
마소에게 물을 굶겨 목마르게 한 아들들은 솔개 몸으로 환생시켜 비 온 뒤에 꼬부라진 주둥이로 날개의 물을 핥아먹게 했다.
이런 저런 법을 마련한 뒤, 천지왕은 비로소 총맹부인과 혼례를 올렸다.

대별왕과 소별왕

총맹부인과 천정배필을 맺은 천지왕은 달콤한 며칠을 보낸 뒤 하늘로 올라가야 했다.
“당신은 아들 쌍둥이를 나을 것이요. 큰아이 이름은 대별왕, 작은아이는 소별왕이라 지으시오.”
이 한마디를 남기고 훌훌 떠나려는 천지왕에게 총맹부인은 무슨 증거물이라도 주고 가라고 애원했다. 천지왕은 박씨 두 개를 내주며 말했다.

“아들이 나를 찾거든 정월 첫 돼지날에 이 박씨를 심으라고 하시오.”
천지왕의 말대로 총맹부인은 아들쌍둥이를 낳아 대별왕, 소별왕이라 이름 지었다.
쌍둥이 형제는 건강하게 잘 자랐다. 똑똑하기 그지없어 글공부, 활공부를 잘했지만, 벗들에게 ‘아비 없는 호래자식’이라고 놀림받기 일쑤였다.

형제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누구인지 가르쳐달라고 졸라댔다. 어머니는 할 수 없이 형제의 아버지가 천지왕임을 밝히고 박씨를 내주었다. 형제는 정월 첫 돼지날에 정성껏 박씨를 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의 움이 돋아나더니 덩굴이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갔다. 형제는 박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귀동자 형제를 맞은 왕은 매우 기뻐했다. 이제 세상의 혼잡한 질서가 바로 잡힐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대별왕에게는 이승을, 소별왕에게는 저승을 맡아 통치하도록 했다. 소별왕은 이승을 차지하고 싶어 꾀를 냈다.
“우리 수수께끼를 해서 이기는 자가 이승을 차지하고 지는 자는 저승을 차지하도록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형은 동생의 제안대로 하기로 하고 먼저 수수께끼를 시작했다.

“어떤 나무는 평생 밤낮 잎이 지지 않고 어떤 나무는 잎이 질까?”
“마디가 짤막한 나무는 잎이 지지 않고, 속이 빈 나무는 잎이 집니다.”
“모르는 소리 마라. 청대 갈대는 속이 비어 있어도 잎이 지지 않는다.”

동생이 졌다. 형이 다시 물었다.

“어떤 이유로 언덕 위의 풀은 잘 자라지 않고, 낮은 쪽의 풀은 무럭무럭 잘 자라느냐?”
“이삼 사월 샛바람 봄비에 언덕의 흙이 낮은 쪽으로 내려가니, 언덕의 풀은 잘 자라지 않고 낮은 데의 풀은 잘 자랍니다.”
“모르는 소리 마라. 사람은 머리털은 길고 발등 털은 짧지 않더냐.”

이번에도 진 동생은 다른 꾀를 냈다.

“형님. 그러면 우리 꽃을 심어서 잘 자라 꽃을 피우는 사람이 이승을 차지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번에도 형은 그러자고 하고 지부왕에게 가서 꽃씨를 받아다 저마다 심었다. 꽃씨는 곧 움이 돋아났다. 그런데 형이 심은 것은 왕성하게 자라 꽃봉오리가 맺혔는데, 동생이 심은 것은 이울어져 갔다. 불안해진 동생은 또 얼른 꾀를 냈다.

“형님, 누가 잠을 잘 자나 내기나 한번 해봅시다.”

형제는 잠을 자기 시작했다. 동생은 자는 척 눈을 감고 있다가 형이 깊이 잠들자 얼른 꽃을 바꿔치기 하고 형을 깨웠다. 일어나보니 형 앞의 꽃은 시들어가고 동생 앞의 꽃은 활짝 피어 있었다. 약속은 약속인지라 형은 어쩔 수 없이 이승을 동생에게 넘기며 말했다.

“소별왕아. 이승을 차지하긴 하라마는 인간 세상에는 살인, 역적 많으리라. 도둑도 많으리라. 남자는 자기 아내를 두고 남의 아내를 우러르기만 하고, 여자도 자기 남편 두고 남의 남편을 우러르기만 할 것이다.”

소별왕이 이승에 내려와 보니 과연 질서가 엉망이었다. 곤란해진 소별왕은 형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별왕은 이승에 내려와 우선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을 정리했다.
천근 활과 천근 살로 앞에 오는 해는 남겨두고 뒤에 오는 해를 쏘아 동해바다에 던졌다. 또 앞에 오는 달은 남겨두고 뒤에 오는 달을 쏘아서 서해바다에 던졌다. 그래서 하늘에는 해와 달이 하나씩 뜨게 된 것이다.

송피가루 닷 말 닷 되를 세상에 뿌려 초목과 짐승의 혀를 굳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람만이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귀신과 사람은 무게로써 갈랐다. 저울을 가지고 하나하나 달아 백근이 차면 인간으로 보내고, 백근이 못되면 귀신으로 처리해 정리했다.

그렇게 자연의 질서는 바로 잡았지만 대별왕은 더 수고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인간 세상에는 역적, 살인, 도둑, 간음이 여전히 많게 되었고, 저승법은 맑고 공정하게 된 것이다.

이 글의 저작권자는 현용준(제주시 용문로 119-1)으로,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참고문헌
  • 현용준(1976). 「제주도 신화」.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전설」.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민담」. 제주문화
  • 고대경(1997). 「신들의 고향」. 중명
자문위원
  • 현용준(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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