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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신화

자지명왕아기씨

자지명왕 아기씨는 무조(巫祖, 무당의 시조)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삼시왕의 어머니다. 삼시왕은 '삼하늘'에 살면서 옥황상제를 보필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신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일반본풀이 중 하나인 <초공본풀이>에 잘 나타나 있다.
자지명왕 아기씨의 인생 이야기와 그 세 아들(잿부기 삼형제)이 삼시왕이 되는 과정을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무당들은 무조신인 그들을 위해 9월 28일날 사흘간 굿을 한다.

옛날 천하 임정국 대감과 지하 짐진국 부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재물은 많았으나, 오십이 되어서도 자식이 없어 항상 근심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자식을 낳아 즐겁게 사는 것만 눈에 보여 부부는 슬픔에 잠겨 살았다.
하루는 황금상 도단땅의 소사(小師)가 시주를 받으러 찾아왔다. 임정국 대감은 소사에게 자식이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사주를 봐달라고 한다.
소사가 말하길 "우리 당에 와서 제물을 올리고 백일불공을 드리면 자식이 생길 것입니다."하였다.
부부는 그 날로 절에 가 백일불공을 들이는데, 제물이 백근이 안 되어 어여쁜 딸을 얻게 된다. 딸 아이가 태어난 때가 단풍이 들 때라 '저 산 줄이 벋고 이 산 줄이 벋어 왕대월석금하늘 노가단풍 지맹왕 아기씨'라고 이름을 지었다.

아기씨가 15살이 되자 부모는 일이 생겨 3년 간 집을 떠나있게 된다. 귀한 딸 아이만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린 부모는 방안에 아기씨를 가두고, 문은 자물쇠로 잠그고, 자물쇠에 다시 봉인을 해두고 떠난다. 그리고 느진덕정하님에게 자신들이 돌아올 때까지 잘 지키면, 노비문서를 없애주겠다고 한다. 이때쯤, 황금산 도단땅의 대사가 자지명왕 아기씨를 상대하고 오는 중에게 삼천냥을 준다고 말한다. 아기씨가 갇힌 것을 알고 있기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는 가운데, 주자선생이 나서게 된다.
아기씨의 집 앞에 도착한 주자선생은 아기씨가 명이 짧아 시주로 명을 이으라고 말했다. 정하님이 시주를 하려하자 아기씨가 직접 해야 효험이 있다고 한다. 아기씨가 문을 열 수 있으면 직접 나와 시주를 하겠다고 하자, 주자선생은 요령을 흔들어 잠긴 문을 연다. 아기씨가 시주를 하러 나오자 주사선생은 한 손은 옷 속에 숨기고 시주를 받는데, 그 사이 숨겼던 손으로 아기씨의 머리를 세 번 쓸었다. 놀란 아기씨는 중에게 호통을 치고는 안으로 들어가며 정하님에게 증거물을 확보해두라고 한다. 이에 계집종은 고깔 귀 한쪽과 장삼 자락 한쪽을 끊어 둔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아기씨는 임신을 하게 된다. 아기씨의 상태가 이상하여 정하님은 아기씨의 부모에게 편지를 보낸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부모는 아기씨가 임신한 사실을 알자 정하님과 검은 암소 한 마리와 함께 아기씨를 집에서 내쫓았다.
집에서 쫓겨난 아기씨는 중을 찾아가기로 하고, 천신만고 끝에 중이 있는 절에 도착한다. 절 밖에 걸려있던 고깔과 장삼에 가지고 있던 조각을 맞춰보니 딱 들어맞았다. 그러나 주자선생은 벼를 두 동이 가져와 손으로 까놓으라고 한다. 아기씨는 벼를 까려하니 손이 아파 울다 잠이 들었다. 참새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참새가 벼를 모두 까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주자선생에게 가니, 중은 부부살림을 하는 게 아니라며 불도땅에 내려가 살라 한다. 불도땅에서 살림을 시작하고, 9월 초여드레가 되자 큰아들 본명이가, 열여드레에 신명이가, 스무여드레에 삼명이가 태어난다. 아들들은 아버지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하여 어머니의 아래쪽으로 나오지 못하고 차례로 오른쪽 겨드랑이, 왼쪽 겨드랑이 그리고 어머니의 답답한 가슴을 헤치고 나온다.

아들들은 자랄수록 영특하였으나, 집이 가난하여 서당에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 형제는 서당에 부탁하여 심부름을 하며 글을 배운다. 종이와 붓이 없어 재 위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며 공부를 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항상 뛰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들 형제를 '잿부기 삼형제'라 불렀다.
과거를 볼 때가 되자, 삼형제는 짐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서당의 선비들을 따라 간다. 삼형제의 재능을 알고 있던 선비들은 계책을 세워 이들이 시험에 참가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사정을 알게된 한 할머니가 자신의 손녀가 과거장에서 선비들의 벼룻물을 떠주는 일을 하니 그 아이에게 글을 써 맡기라고 한다. 과거를 볼 때 할머니의 손녀는 삼형제의 글을 상시관들에게 던지니, 이를 읽어본 상시관은 그 글을 과거에 합격시키고, 다른 선비들은 낙방 시켰다. 그러나 이를 시기한 선비들이 잿부기 삼형제가 중의 자식이라고 고하여 낙방시킨다. 그러자 상시관들은 활로 연추문을 맞추는 사람을 합격시키기로 한다. 선비들은 아무도 맞추지 못하고, 삼형제는 모두 맞춰 연추문이 쓰러지니 이들을 합격시킨다.
삼형제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미리 고향에 돌아간 낙방한 선비들이 삼형제의 어머니를 목을 메 죽여 삼천천제석궁에 가둔다. 아들들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무당이 되어 굿을 하게 된다. 이때 이들은 천문과 무점구를 마련하고, 정대장(대장간신)과 너사메너도령(악기의신)을 불러 신칼, 북과 장고, 징, 꽹과리를 만든다. 그리고 신칼로 선비들의 목을 쳐 원수를 갚는다.
열나흘 동안 굿이 계속되자 삼천천제석궁은 형제들의 효심을 갸륵히 여겨 어머니를 살려준다. 삼형제는 법당을 만들어 어머니를 모시고, 너사메너도령에게 무점구와 악기를 지키게 한다. 후에 너사메너도령은 유씨부인에게 무점구와 악기를 물려주고, 이 유씨부인이 최초의 심방이 된다.

참고문헌
  • 현용준(1976),『제주도 신화』, 서문당
  • 장주근(2001),『제주도 무속과 서사무가』, 도서출판락
  • 고대경(1997),『신들의 고향』, 도서출판 중명
  • 김순이(2002),『제주의 여신들2』, 제주문화
  • 김순이(2001),『문화, 영웅으로서의 제주 여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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