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궁당에는 ‘중전대부인’과 ‘정절상군농’, 그리고 일곱 아기가 좌정해 있다.
‘중전대부인’은 상사대왕의 큰 부인이고, ‘정절상군농’은 작은 부인으로 원래 역시 용담동에 있는 ‘내왓당’에 좌정하고 있었는데, 사연이 있어 이 당으로 옮긴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느 해 작은 부인 정절상군농이 임신을 했다. 입덧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돼지고기가 먹고 싶었지만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부정한 일이었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돼지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차마 돼지고기는 먹지 못하고 냄새라도 맡고 싶어 돼지털을 하나 뽑아 불에 그슬려 코에 갖다 댔다.
“흠~, 냄새라도 맡으니 좀 살 것 같구나."
하필이면 그때 상사대왕이 들어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돼지냄새가 이리 심하게 나느냐?”
“돼지고기가 하도 먹고 싶어서, 돼지털을 하나 뽑아 그슬렸더니….”
“더럽다! 양반 집 부인이 부정한 짓을 하다니! 나와 같이 좌정할 수 없다.
부인들은 당장 궁당으로 내려가거라. 가서 중전대부인은 안쪽으로 좌정해 쌀밥과 쌀떡, 청감주에 청근채를 받아먹으며 불도(어린애를 낳게 해 기르는 신)가 되고, 정절상군농은 바깥쪽으로 좌정해 돼지를 잡아 열 두 뼈를 받아먹어라.”
남편의 호통에 두 부인은 할 수 없이 궁당으로 내려가 중정대부인은 안쪽으로 좌정하고 정절상군농은 바깥으로 좌정했다.
얼마 후 정절상군농은 아이를 한꺼번에 일곱을 낳아 기르고 돼지고기를 받아먹게 됐다.
그래서 지금도 안쪽의 중전대부인에게는 쌀로 만든 맑은 음식만 올리고, 바깥쪽의 정절상군농에게는 돼지고기를 올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