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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개 숲
작성일 2010-12-14 13:00:52 조회 1,190 회
작성자 관리자 연락처
 

비는 그쳤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습니다.

어제 보다는 더 추워진 날씨이지만 안개로 싸인 숲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안개는 먼 곳만 바라보는 자를 가두어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이 숲이 아닌 가슴을 향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요.


차분하게 가라앉은 숲에서는 가끔 앙상한 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들의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어느새 정처 없이 맴돌던 생각들이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오직 나만의 생각을 하게 되지요.

들뜨게 했던 생각들 그리고 복잡하게 엉켰던 생각들이 하나 둘 정리되어 갈 쯤

갑자기 눈앞에 노랑하늘타리 열매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얼마전 저 열매를 찍고 돌아서다 보기 좋게 넘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늙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 하나가 노랗게 익어 아주 고왔었지요.

열매가 저를 보고 얼마나 웃었겠습니까?

그 곱게 익었던 열매의 허리를 어느 새가 쪼아 먹었더군요.

그리고 화려했던 황금 빛깔은 어느새 칙칙하게 변해가고

윤기 흐르던 껍질은 딱딱하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네 고운 빛깔도 오래가지는 못하는구나.”라며 피식하고 웃어주었지만

이내 새를 통해 종자를 퍼뜨린 열매가 지금 자신의 모양을 서글퍼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다시 열매 앞에서 넘어진 기분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좋습니다.

제 머리 속에는 다시 아리송한 생각들이 들어찼지만

아까와는 다른 발걸음으로 안개 속을 걸어갑니다.

안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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