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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도 세계최고가 있습니다. 게시물 상세보기
제목 제주도에도 세계최고가 있습니다.
작성일 2004-08-01 16:12:48 조회 2,369 회
작성자 이영재-
요즘같이 짜증나는 무더운 여름에 불공정한 APEC 탈락, 세계포럼 제주유치무산, 아동성추행 등 짜증나는 소식에 도민 여러분들은 짜증의 한계선까지 이르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면 왜 제주도에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제 그러니까 7월 30일 토요일 저는 제주도에 산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칭찬에는 인색한 경향이 있는데, 저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 자신을 후회하고 이제는 칭찬할만한 일은, 제가 욕을 먹더라도, 적극적으로 칭찬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여기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이 글이 도민여러분들의 짜증을 가라앉히는데 조그만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토요일 무더운 여름에 금년 들어 처음으로 튜뷰를 차 트렁크에 싫고 제 딸과 함께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는 옷을 맡겨야 하니까 지갑에 주민증과 운전면허증 그리고 약 15,000원 정도의 현금만 들고 가고 신용카드 등은 전부다 집에다 남겨 두었습니다.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하고는 남자탈의실로 향했습니다. 입장료가 어른은 1,000원 아이들은 400원. 적절한 가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400원을 지불하고 열쇠2개를 제공받았습니다.
탈의실에 옷을 넣고 열쇠로 잠그고 분실하지 않기 위해 열쇠를 튜브의 끈에다 묶었습니다.

해수욕장은 7월의 마지막 날 한창 피크일 텐데도 이상하리만치 물은 맑았습니다. 해수욕장에서 보이에 줄을 연결한 한계선에서는 경찰관아저씨가 고무튜뷰보트 위에 서서 한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호루라기를 불며 안전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계선 바깥에서는 모터보트가 뒤에 커다란 고무보트를 견인하고 굉음을 지르면 빠르게 바다사이를 가르고 있었으며, 고무보트에 타있는 여러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면 우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해수욕장 여기 저기서 수영도 하고, 조그만 물고기 떼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잡으려고 장난도 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들 물고기 떼들은 해수욕장 중간 지점의 여울에서 놀고 있었는데, 그 위로는 언덕이 있었고 언덕 위에는 천막으로 된 임시파출소가 있었고, 파견 나온 경찰관들이 간혹 확성기로 해수욕장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가 잘 들리지는 않는 편이었습니다.
저 멀리 해수욕장과 모래가 만나는 지점에는 둔덕이 있고 그 둔덕에는 축대가 있고 축대 위에는 한 2층 정도 건물의 레스토랑이 있었고, 그 레스토랑과 축대 때문에 바로 옆 아래의 바닷가에는 응달이 지고 그 응달진 곳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 두 세시간 해수욕장에 있다가 탈의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탈의장 입구에서 아뿔싸 그제야 튜브의 끈이 풀어지고 묶어 놓았던 열쇠는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해수욕장으로 가서 한창 찾았지만, 곧 그것이 어리석은 일이란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해수욕장은 우리에겐 너무 넓었습니다.

아마도 보조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변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탈의실로 향했습니다. 탈의실 관리자는 아마도 한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는데, 키 하나 당 10,000원이고 우리는 2개이니까 20,000원을 변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변상을 예상하였기 때문에 지불할 마음은 있었지만, 문제는 지갑에 20,000원이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지갑을 열어 보니 한 13,000원 정도 밖에 안되었습니다. 탈의실 청년에게 10,000원과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잔금 10,000원을 지불하기 위해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집에서 함덕해수욕장 거리는 약 30-40분 정도 되는 거리였습니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은행에 들려서 현금 5만원을 인출하고는 함덕해수욕장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탈의실에 들려서 다시 그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러자 그 청년을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갖고 나왔습니다.

그 청년은 다시 제게 10,000원과 주민등록증을 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떤 사람이 우리가 잃어버렸던 키를 발견하고 탈의실에 갖다 주었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가 변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나 감동하였습니다. 이런 투명성과 신뢰성 외국의 도시에서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제가 외국도 많이 알고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있지만, 아마도 이러한 경우는 어쩌면 제주도에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쇠 발견자가 발견하고도 별 관심을 갖지 않거나 탈의실 관리자가 정직하거나 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이런 감동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발견자는 열쇠를 발견하였을 때, 분명 어느 누군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탈의실의 청년은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였다고 봅니다.

해수욕장 바가지 요금 이런 거 적어도 함덕해수욕장에는 없었습니다. 해수욕장 임대를 위한 장소의 영업권이 비싸면 상인들은 이를 회수하기 위해 비싼 가격을 부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영업권을 부여하는 공공기관도 일정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불합리한 요소들이 많이 개선된 것 같습니다. 해수욕장을 담당관리하는 부서 관계공무원 여러분들이 열심히 뛴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이런 감동스러운 경험을 했던 것은 이번 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9.11사건이 일어난 해로 기억되는데, 9.11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가 주최했던 국제행사에 내도를 하였습니다. 이탈리아,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왔었습니다. 이 중 이탈리아인이 공항에서 공중전화를 걸다가 지갑을 분실했다고 해서 우리는 부랴부랴 공항에 가서 관련부서를 찾았습니다. 이탈리아 인의 지갑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 부서의 직원이 말하기를 공항 청소원이 공중전화 위에 지갑을 발견해서 자기들 부서로 신고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함께 공항에 온 이탈리아 인과 미국인은 너무 감동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자기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후 여러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 일을 화제로 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도민 여러분, 세계 어느 도시에 이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정말 이런 분들을 존경하고 싶습니다. 제주도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은 제주도의 지도층, 지식인들이 아니라 바로 이런 청소원, 양심적인 청년, 말단공무원, 그 외 이름 모를 수많은 시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제주도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이런 분들을 본받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지탱해나가는 것은 바로 제주도에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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