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개관 기념 문예작품 공모 장려(성인 운문) 탐라의 바다에 핀 꽃 | ||
---|---|---|---|
작성일 | 2021-12-08 17:02:16 | 조회 | 50 회 |
작성자 | 문화정책과 | ||
탐라의 바다에 핀 꽃
유 지 호
호오이 호오이 꽃망울 터질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어요 거칠게 뿜어대는 *숨비 소리에 바람도 멈칫 가계의 빈속을 무지개 빛깔로 채우기까지 열일곱에 상군이 된 해녀에게도 숙성의 시간은 필요했어요 누구나 터지고 찢기는 아픔을 이겨내야 새 살 돋는 환희의 탄성을 들려줄 수 있어 테왁을 끌어안고 파도를 넘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바람을 끌어 안았는지 몰라요 숱한 두려움 속에서도 한 땀 한 땀 피운 망사리 가득 탐라의 시푸른 혈관을 안고 혹등 고래가 하늘로 솟구쳐요 늘상 빈곤을 담아내던 얄팍한 삶에 해녀는 바다와 하나가 되고 바다는 꽃을 피워 경이로운 어울림으로 낳은 생명의 찬가 아침을 낳기 위해 허물 벗는 빈 몸 가득 마법 같은 주문으로 삶의 행간을 섭렵하는 사이 무덤덤하던 탐라의 해안으로 이유 있는 꽃은 자꾸 피었어요 무릇 해갈은 그것을 찾는 사람에게 오기에 바다가 유일한 희망이었을 해녀는 쉽게 해독되지 않는 해저 구석구석을 거대한 망원렌즈처럼 깊게 들여다보며 사리보다 여문 속살을 낚았어요 어쩌면 저리도 속이 꽉 찼을까요 물질을 할 때마다 터지는 휘파람 소리는 바다를 전세 낸 바람이 몰아쳐도 탐라의 바다여서 그냥 좋은 꽃은 피고 또 피었어요
*숨비소리: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