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개관 기념 문예작품 공모 장려(성인 운문) 해녀의 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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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2-08 17:03:45 | 조회 | 48 회 |
작성자 | 문화정책과 | ||
해녀의 바다
윤 빛 나
사나운 고독의 물살에 떠밀려 온 엄마는 백화등 꽃잎. 거기 밥풀떼기 같은 상아색 슬픔 하나가 찌그러진 흑백 사진 속에 고집을 부린다. 바다와 손목 잡고 삼간집 이문간을 지나 들벚나무 정짓문을 넘어온 여인의 숨비소리. 핍진(逼眞)의 마당, 신서란(新西蘭) 피는 그 일생이 붉바리 뛰노는 한 길 세상 물속에 금세 가늘어진다. 족세눈 크게 뜨고 수척해진 엄마의 바다 곳물질에 풍덩 닳아빠진 세월 한 대접 몰아쉬고 검버섯 묻은 잔등이에 짊어진 이승의 언어를 탕진하고 호이 호이 팔자를 앓고 사는 푸르른 사막 넋두리에 지친 단봉낙타 한 마리 멍이 들어 걸어간다. 바다 밭 돌담 지나, 억새 바람 지나 삼다섬 애기해녀, 가냘픈 비바리를 숨겨대던 광목천 물적삼에 우리 엄마 매달아 놓은 납덩어리 서늘하게 울어대는 중량. 모정의 물속, 물빛 시름 한 망사리 헹궈내던 믿음의 허리에 칭칭 감아 묶은 빈한(貧寒)의 바다에는 소라도 작다. 높은 파도 물려주신 열길 나락, 생복(生鰒)을 찾아 들숨, 날숨 데리고 몸질치던 늙고 어두운 바다. 모자반 그늘 아래 하늘하늘 우뭇가사리 몇 줌 돋아나던 세상 옥수숫대 마냥 버티고 선 정강이에 여든 넘은 하군의 맥박 소리 툴툴거리던 하오(下午). 각다기에 물린 두문포구 노을이 붉고 백색증 걸린 바다의 품에 순비기 꽃향기 자욱한 아랏길. 까맣게 찢어진 코고무신 꿰메어 신고 듬북 한 지게 꿈을 꾸는 보리밭 고랑에 출렁이는 엄마의 노래가 툇마루에 걸터앉아 깡마르게 두들기는 절명의 치맛자락 사각거린다. 곳물질은 하군의 대답, 갈궁이에 걸려 온 넓미역 자락 붉게 녹이 슨 무쇠 비창을 꽂은 자존을 걸쳐 입고 상동나무 어음 그물 망사리 너울 치는 테왁 짚은 홍시빛 하군의 이야기. 대상군의 바다가 굽이치던 그믐밤 물마루를 흔들었다. 영주섬 낙타 한 마리, 홍새함 가득 아맛줄 같이 질긴 옛사랑을 채워놓고 저 설움의 골짜기 꽃가마 타고 건너온 조금날 발그레한 명정포 뒤집어 쓴 해녀의 바다가 눌변(訥辯)의 입술을 감춘다. |